남도일보 칼럼 -임형택 교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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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아픔 가슴으로 안아줘야”
입력: 2012.01.09 00:00
임형택 광주대 청소년상담평생교육학과 교수
지식정보화 시대를 넘어 생명문화의 시대라고 하는데, 자식과도 같은 소중한 우리의 청소년들이 아파하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억울하게 한 자락 꿈도 피워보지 못한 채 친구와 가족 곁을 떠나고 있다. 폭력의 가해자, 피해자가 되어 서로 등을 돌린 채 입시 병영에 갇혀 사육당하고 있다.
청소년상담·평생교육학과 면접때 지원한 청소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가슴이 먹먹하고 속에서 눈물이 난다. 자신만의 잘못도 아닌데, 왜 그렇게 집에서 부모로부터 상처받고, 학교에서 따돌림 받으면서 고개 숙이고 살아가고 있는지? ‘아프니까 청춘이다’라고 위로하기에도 부끄럽다. 이러한 작금의 심각한 폭력으로 인한 자살 상황에 대한 다양한 측면의 원인 진단과 그에 걸맞는 대책도 나올 만큼 나왔다.
자기조절 능력을 상실한 폭력적인 게임에 중독된 아이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다. 돌봄과 기본 인성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가정에도 일면의 원인이 있을 것이다. 공동체 의식과 상대방에 대한 배려심을 일깨워 주지 못한 학교교육의 한계임도 분명하다. 여기에 폭력문화가 만연한 사회의 구조적 문제가 가장 큰 원인임을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아울러 학교폭력 실태 전수 조사, 학교폭력 예방교육 강화, 위(Wee) 센터의 폭력근절 기능 확대 등의 방안도 나름대로 급한 불을 잠시 끌 수 있는 대책일지 모른다. 폭력 가해자 책임을 엄격히 묻기 위해 기존 14세 형사 책임 연령을 12세로 내리려는 조치도 법적, 교육적 논란 속에서 준비 중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내 자녀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잊혀질 수 있다는 자괴감과 소위 ‘좋은 대학 진학 1% 사회지위 획득 환상’에 묻힐 무력감도 있다. 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기보다는 꼭 해야 할 일을 같이 찾아보는 것이 기성세대의 책무라고 생각이 들어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
먼저, ‘폭력 멈춤 운동’과 함께 청소년과 청소년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달리했으면 한다. 우리도 아직 온전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 살아가는 존재인데, 그들은 얼마나 불안하고 힘들지 생각했으면 한다. 그러기에 청소년문제를 생존하기 위한 치열한 몸부림으로 받아들이면 한결 그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다.
아울러 우리가 먼저 용기를 내 청소년들에게 부모로서, 교육자로서, 사회 구성원으로서 방관자였음을 인정하고, 때로는 돈과 명성, 권력을 위해 그들을 무시하고 억압했음을 고백했으면 한다.
둘째, 학교가 진정으로 해야 할 일을 방기하지 않았는지 진지하게 자문해 보아야 한다. 학교가 모든 책임을 감당할 수 없어도, 유네스코에서 이미 21세기 교육의 과제로 제시한 대로 존재에 대한 눈뜸(learning to be), 앎에 대한 기쁨(learning to know), 실천할 수 있는 힘(learning to do),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learning to live together)를 교육의 최우선적 목표로 삼았으면 한다.
끝으로, 청소년들의 순수한 영혼 안에 사람이 희망이 되고 지역사회가 자긍심이 될 수 있도록 이제는 지역사회가 앞장서야 할 것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의 힘이 필요하다고 한다. 모든 이해관계와 입장을 넘어 청소년들이 행복해야 행복한 세상이 구현된다는 철학을 담은 청소년 육성책을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해야 한다. 책임 있는 모든 분들과 청소년 대표들이 참여하는 ‘청소년 행복 원탁회의’를 개최할 것을 제안한다. 이 원탁회의에서 끝장 토론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눈높이 해결책을 마련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가 ‘대동 세상 정신’을 우리 삶 속에 살아 숨 쉬게 하는 올바른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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