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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삶디 ]농부가 된 그래픽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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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9회 작성일 25-08-06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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땀 뻘뻘 흘리며 심었던 모는

어느새 새순을 내어 바람에 흔들릴 정도로 자라났네요.  

몇 백 년은 굳건히 이곳을 지켰을 것 같은 나무는

저 깊은 석양을 배경 삼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장면을 연출해요. 

너무 아름다워서 잠시 멍하니 바라보다가 사진을 찍었어요. 

가끔씩만 볼 수 있는 이 풍경을 매일 보고 싶거든요. 

‘자영’도 그랬을까요? 아무 연고도 없는 곡성에서 농사를 시작했어요. 


농부가 된 자영은 사실 전에 서울에서 살았어요.
게임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며 컴퓨터와 살아가는 게 일상이었죠.

자영은 그때 어렴풋이 사무실에서 일하는 게 맞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고 해요. 

어떤 삶을 살지 고민이 시작됐고 곡성에서 새로운 생활을 해보기로 했어요.


문을 열면 눈앞에 맞닿아 있는 자연을 찬찬히 음미하는 일  

내 손과 땀이 깃든 귀한 작물을 계절별로 마주하는 일

필요한 만큼의 작물을 심고 자연의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일  

내 속도와 방식으로 천천히 그리고 온전히 농사를 지어보는 일

작고 흠집이 있어 상품가치가 떨어진다지만 단 하나뿐인 내 양파를 세상에 선보이는 일 

자라는 땅의 표면에 나뭇잎과 퇴비를 덮어주는 멀칭 기술도 하나씩 배워가는 일 

농사로 생계를 유지하는 게 쉽지 않기에 가르치는 일을 병행하며 삶을 이어가는 일


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사무실이 아닌 땅에서, 

조금 더 본질과 가까운 일들을 찾아 나서며 

자신의 삶을 가꾸어가는 자영을 보며 제 삶도 찬찬히 들여다봐요. 


각자 살아가는 삶의 원리는 다르겠지만 

나와 자연, 그리고 함께 사는 삶을 끊임없이 선택해 나가는 것이 

참된 삶을 만들어 가는 길이 아닐까 싶어요. 


일단 저는 핸드폰 보는 것을 줄여보려고요. 

그리고 어제와는 다른 오늘의 하늘을 매일 보는 일을 늘려보려고요.

그러다 보면 겉으로만 맴돌거나 보이는 것에 현혹되지 않고, 

단단히 뿌리내린 저기 저 나무처럼 제 삶도 조금은 단단해지지 않을까요? 

우리 같이 해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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